해마다 10월 전후로 다음 해 전망서가 한꺼번에 나옵니다. 다 읽을 수는 없어서 올해는 두 권만 골랐습니다. 소비와 사람의 변화를 다루는 『트렌드 코리아 2027』, 그리고 돈과 자산시장의 흐름을 다루는 『머니 트렌드 2027』입니다. 따로 읽으면 각자 다른 이야기 같은데, 나란히 놓고 보니 두 책이 같은 질문을 서로 다른 언어로 던지고 있다는 게 보였습니다. 이번 글은 그 겹치는 지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두 권을 함께 고른 이유
경제 글을 매일 쓰다 보면 숫자는 넘치는데, 그 숫자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음은 잘 안 보일 때가 많습니다. 금리가 내려가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 지수는 오르는데 체감 경기는 차가운 이유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한 권은 사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다른 한 권은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보는 책으로 골랐습니다. 사람의 선택이 시장을 만들고, 시장 환경이 다시 사람의 선택을 바꾸니까 둘 중 하나만 보면 그림의 절반만 보게 됩니다.
한눈에 비교
| 구분 | 머니 트렌드 2027 | 트렌드 코리아 2027 |
|---|---|---|
| 성격 | 경제·투자 전망서 | 소비·라이프스타일 전망서 |
| 저자 | 정태익·김도윤 등 전문가 8인 | 김난도 교수 외 연구진 |
| 구성 | 6개 장, 55개 주제 |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
| 핵심 메시지 | 돈이 거꾸로 흐르는 시기, 나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 ALPHA SHEEP, 무리를 따르지 말고 먼저 움직여라 |
| 이런 분께 | 내년 자산 배분과 투자 방향을 고민하는 분 | 내년 사업·마케팅·소비 흐름이 궁금한 분 |
머니 트렌드 2027, 돈의 흐름을 여섯 갈래로 나눠 보다
이 시리즈는 매년 읽고 있는데, 올해로 다섯 번째 판입니다. 기존 필진에 박세익 대표, 박정호 부원장, 이효석 대표가 새로 합류하면서 주식과 금융시장 쪽 이야기가 한층 두꺼워졌습니다.
책은 거시경제, 주식, AI와 코인, 부동산, 비즈니스, 문화와 소비 트렌드까지 여섯 개 장으로 나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보다 관심 있는 장부터 골라 읽어도 흐름을 놓치지 않게 짜여 있어서, 재테크를 막 시작한 분도 부담이 덜할 것 같습니다.
제가 밑줄 친 세 가지
- 가격과 가치가 따로 움직이는 시장 :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방향이 엇갈리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주가가 빠질 때 그게 단순한 가격 조정인지, 기업 가치 자체가 훼손된 건지 구분하는 눈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읽었습니다.
- 반도체 쏠림 이후의 주식시장 : 반도체 중심이던 흐름이 다른 산업으로 넓어질 여지가 있다는 시각입니다. 다만 지수가 어디로 가느냐보다 개별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을 보라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 부동산은 평균이 아니라 지역 : 입주물량 부족, 전세의 월세화, 가격과 입지에 따른 세 부담 같은 변수가 겹치면서 양극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국 평균 시세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55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몇몇 꼭지는 깊이가 얕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대신 지금 시장에서 무엇이 화두인지 빠르게 훑어보는 지도로 쓰기에는 충분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7, AI라는 단어가 빠진 10대 키워드
올해 슬로건은 ALPHA SHEEP입니다. 양떼처럼 흐름에 휩쓸리기보다 무리에서 먼저 나와 자기 생각을 실행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10대 키워드는 권태사회, 라이프 ROI, 폼팩터 시프트, 해봄경제, 저장인류, 바이브 워킹, 리:텐션 전략, 휴먼엣지, 하프시그널, 안목자본입니다. 목록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오히려 없는 단어였습니다. 몇 년째 모든 전망서의 주인공이던 AI가 키워드 전면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김난도 교수는 AI를 "사다리가 아니라 확성기"에 비유했다고 합니다. AI가 누구나 쓰는 도구가 된 이상, 결과를 가르는 건 AI 그 자체가 아니라 그걸 쓰는 사람의 판단과 취향이라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경제 블로거 입장에서 눈여겨본 키워드
- 안목자본 : 정보가 흔해질수록 무엇을 고르고 무엇을 버릴지 아는 안목이 곧 경쟁력이 된다는 개념입니다. 투자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얘기라 가장 오래 생각한 키워드였습니다.
- 라이프 ROI : 돈뿐 아니라 시간과 관계, 일하는 방식까지 투자 대비 효과로 다시 따져보는 흐름입니다. 소비 패턴이 바뀌면 결국 기업 실적도 따라 움직이니 투자자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 휴먼엣지 : AI가 대부분을 대신해 주는 환경에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입니다.
두 권을 나란히 놓으면 보이는 것
여기가 이 글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입니다. 분야도 저자도 다른 두 책인데, 읽고 나니 세 군데에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첫째, AI는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 됐다.
트렌드 코리아는 아예 키워드에서 AI를 뺐고, 머니 트렌드는 AI가 산업만이 아니라 일자리와 자산시장, 소비 방식까지 바꾸는 과정을 다룹니다. 두 책 모두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AI가 깔린 세상에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관심이 있습니다.
둘째, 평균과 무리를 따라가지 말라.
머니 트렌드는 평균만 보고 있으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합니다. 트렌드 코리아의 ALPHA SHEEP도 결국 같은 말입니다. 한 권은 자산의 언어로, 한 권은 소비자의 언어로 똑같이 남들과 다른 자리에서 먼저 판단하라고 말합니다.
셋째, 결국 기준은 판단력이다.
머니 트렌드가 말하는 가격과 가치를 구분하는 눈, 트렌드 코리아가 말하는 안목자본은 사실상 같은 능력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니, 그 정보를 어떻게 걸러내느냐가 내년의 차이를 만든다는 결론으로 두 책이 만납니다.
읽는 순서와 추천 대상
두 권을 다 읽을 계획이라면 트렌드 코리아를 먼저 읽는 걸 권합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달라지는지 큰 그림을 잡은 뒤 머니 트렌드로 넘어가면, 각 장의 투자 이야기가 왜 그런 방향인지 훨씬 잘 연결됩니다.
| 이런 분이라면 | 먼저 볼 책 |
|---|---|
| 재테크 입문자 | 머니 트렌드 2027, 관심 있는 장부터 골라 읽기 |
| 자영업자·마케터 | 트렌드 코리아 2027, 10대 키워드 중심으로 |
| 주식·부동산 투자자 | 두 권 모두, 트렌드 코리아 먼저 |
| 한 권만 읽을 시간이라면 | 지금 내 고민이 돈이면 머니 트렌드, 일과 생활이면 트렌드 코리아 |
마치며
전망서를 읽는 이유가 내년을 정확히 맞히기 위해서라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해마다 맞는 예측도 있고 빗나가는 예측도 있으니까요. 저는 이 두 권을 정답지보다는 질문지로 읽었습니다. 내년에 나는 무리를 따라갈 것인가, 아니면 조금 먼저 움직일 것인가. 그 질문 하나를 연말까지 붙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 권을 읽은 값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기록이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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